2016년 3월 9일 수요일

#3 알파고와 인공지능, 특이점이 오면 종교는 어떻게 되는가, 오긴 오는가?

알파고와 인공지능,

...특이점이 오면 종교는 어떻게 되는가, 오긴 오는가?

(술 먹고 써서 글이 아상할 수도 있습니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라 졸린 몸을 경의선 열차에 우겨넣고 학교까지 실려갔다. 3월이 되었는데도 이렇게나 추운 날씨에 나는 몸서리를 쳤다. 사람으로 가득찬 열차 안에서 딱히 할 것이 없어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오늘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1국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알파고가 바둑을 '배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놀라웠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상당수준 진일보해가고 있음을 우리 세대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바둑 잘 두는 사람 (기계) 멋있다.

  4시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갈 즈음, 누군가가 속삭였다. "이세돌이 졌다..이세돌이 졌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당황스러웠다. 월요일에 들었던 과학사 수업의 L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사실 우리의 관심사는 승부가 아니라, 이 행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야한다.

  나는 큰 의미를  안두고 미팅을 하러갔지만.

* * * 

   인공지능의 진일보, 인류를 초월하는 기계 초지성의 출현.... 요즘 뜨는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다. 특이점이 오면 뭐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고 우리 몸은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형식이 될 것이고... 다양한 추측들이 오간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특이점은 오지만, 우리가 지금 예상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 특이점은 인류 탄생 이래로 항상 존재해왔다. 불의 발견, 산업혁명, 우주 시대, 컴퓨터 시대의 시작은 모두 일종의 '특이점'이 아니었는가? 하지만 이런 특이점들이 오기 전에 당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진보적인 미래상과는 다른 식으로 사회에 변혁이 왔다.

   특이점이 어떻게 오는지는 우리가 확실히 모르는 것이다.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특이점이 온다한들 종교는 여전히 유지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특이점 이후의 인류를 간단히 신인류라 하면, 신인류는 아마 초지성을 가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업데이트'가 되는 형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며 ( 나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들 한다)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식이라면, 종교는 무색해지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영생을 주는 존재가 가시화 되고 영생이라는 것 자체가 실현화된다면, 종교는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종교를 다른 목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영생을 하기위해, 아니면 피안의 나은 삶을 위해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마음의 의지가 될 만한 곳을 찾기 위햏 종교를 믿는 사람도 많이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종교는 특이점이 수백번 온다고 해도 의존할 곳이 필요한 우리의 심리 상태가 보완 되지 않는 이상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파지는 문제가 되는 것.

* * *
 직접 맞딱뜨리지 않고서는 뭐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뉴턴 방정식만으로 풀리지 않는것이 이 세상의 이치니까. 특이점이 오던 쓰나미가 오던 곧 집에 치킨이 오던 그래서 종교가 없어지든 말든, 그냥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에 충실하자. 술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술에 관한 글이나 써볼까.


2016년 3월 8일 화요일

#2 아야나미 레이와 쿨데레,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이다

아야나미 레이와 쿨데레,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것이다


  봄 기운이 완연하다가 그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추위가 극심했던 하루였다. 이러한 기상 속에서도 우리 대학에서는 '새내기 맞이 주간' 행사로 동아리 부스들이 학생회관 주변에 즐비해있었다. 마침 오늘 수업도 하나 뿐이어서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친구 K와 함께 부스들을 둘러보았다. 자연과학계 동아리에서는 우주 탐사회나 아마추어 무선 통신 동아리에 지원을 하고, 창작계 동아리들을 둘러보았다. 눈에 무엇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에반게리온의 아스카 피규어였다. 곧바로 신청 원서를 쓰기 위해 부스 내부로 들어갔다. 부스 테이블에 즐비 되어있던 만화책들... 신청 원서를 쓰면서 동아리 설명을 듣고 있었다. 어느덧 원서의 마지막 질문지에 도달했을 때 살짝 당황했다. '최애캐를 온 영혼을 담아 써주세요...' 나ㄴ..는ㄴ...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파란 펜으로 힘차게 '아야나미 레이'라고 썼다.


침착하고 차분하다.


  과방에 가서 레포트를 끄적이다가 고등학교 동창 출신의 친구 S1에게 전화가 왔다. "영완, 수업 끝났냐..? 같이 돌아다니자 할거 없으면." S1도 나와 같이 수업이 하나 뿐이라 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만나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동아리 이야기는 오늘의 주된 화제였다. 내가 서브컬쳐에 발을 들여 놓도록 튼튼한 돌다리를 놓아주는데 한 몫한 S1에게 아까 있었던 그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이 블로그를 아는 그는 '아야나미 레이'로 글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었다.

* * *

  에반게리온을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남자 주인공인 호구 신지 주변에는 여캐가 많이 등장하는데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원래 부터 서브컬쳐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힙합 가수로 소문이 나있던 데프콘이 지상파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아스카의 피규어를 들고 나온 적이 있다. 내 주변의 여러 친구들에게 물어보아도 대부분 아스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물론 일본에서 에반게리온 1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캐릭터 인기 투표에서는 아야나미 레이가 아스카를 제쳤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되던 90년대에는 확실히 아스카의 팬층이 더 두터웠던 것 같다. 





  아야나미 레이는 작중에서 차분하고 조용한 캐릭터이다.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서 그만두도록 하겠다. 아야나미 레이와 같이 이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매력을 보이는 것을 '쿨데레' 속성의 모에 요소가 있다고들 한다. 쿨데레들은 단순히 무감정한 것이 아니라 겉은 그렇게 보일지라도 속은 겉과는 다른 아주 깊고 따듯한 무언가가 있는 그런 캐릭터들이다. 


웃는 레이의 모습

  신세기 에반게리온 6화를 보면, 신지가 레이의 사출된 엔트리 플러그로부터 직접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어.."라는 레이의 말에 신지는 "그냥 웃으면 돼"라고 답한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 전체를 통틀어 몇안되는 장면인 '레이의 웃는 모습'을 6화에서 보게된다. 항상 무표정한 레이가 웃는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마치 내면의 따듯함이 누적 된 듯, 자연스럽고 따듯한 미소를 신지에게 건넨다. 에반게리온을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이 장면이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면 중 하나였다.

* * *

 항상 싸늘하고 찬 공기만 내뿜으며 다닌다고 쿨데레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면만 따듯하다고 남들이 쿨데레라고 알아주고 좋아해주는 것도 아니다. 모두 아니메 속 이야기니까. 현대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인간관계는 소홀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내가 겉모습만 보고 무심코 지나쳐버린, 내면만큼은 뜨겁게 불타는 어느 '쿨데레'가 있지 않은가. 

  다가서보자,
     
  "그냥 웃어주면 돼."

2016년 3월 6일 일요일

#1 베이퍼웨이브, 음악의 새 지평을 열다가 실패한 이카루스

베이퍼웨이브,

...음악의 새 지평을 열다가 실패한 이카루스



  베이퍼웨이브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였다. 그 날도 할일 없이 내 채널을 관리하면서 유튜브의 자동 재생 기능을 켜놓았고, 초점 없이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유튜브의 자동 재생 기능을 켜놓을 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어를 기다리는 낚시꾼 마냥 괜찮은 음악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종의 취미인 셈인 것이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그만 자야지..'라고 느꼈을 즈음, 난생 처음 듣는 장르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Macintosh Plus 의 Floral Shoppe 앨범 아트

 심지어 앨범 아트마저 기괴했다. 고전 양식의 대리석 석상에 일부러 잘못 쓴 듯한 일본어, 촌스러운 색상, 아무 의미없이 배치된 마치 VHS화면에서 따온 저화질의 사진. 처음에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나 나왔을 법한 어덜트 콘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나 소프트 락 계열 앨범 중에 하나겠지....'라고 넘겨 짚고 지나쳤다. 

* * *

 시간이 흐르고, 몇 주 전 즈음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이 앨범이 생각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앨범 이름과 프로듀서의 이름을 기억할리가 전혀 없었던 나로써는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었다. 구글을 믿는 수 밖에 없었다. 기억나는 것은 앨범 아트 뿐. "Greco roman marbles, pink background, VHS..." 아는대로 적어 넣었다. 

 검색을 하면서 엄청난 사실들을 깨닫게 되었다. 넘겨짚은 사실에 의하면 이 앨범은 20년 이상이 되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이 앨범은 2011년에 릴리즈된 디지털 앨범이고, 2010년대를 시작으로 이런 계의 음악이 '베이퍼웨이브'라는 장르로 꽤나 활성화된 모양이었다.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베이퍼웨이브 reddit도 있다. 새 아티스트들이  새 음악을 계속 '생산'해 내고있다.

 2010년대 초반 일종의 밈으로 형성되어있던 복고풍 미술(?) 양식 시펑크(Sea punk)에서 파생되었다. 시펑크가 언더그라운드 장르로 남아있기를 원했던 텀블러나 4chan의 커뮤니티 유저들은 시펑크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시펑크의 종료를 외치게 되고, 이 때 시펑크는 여러갈래로 파생되게 된다. 이 때 베이퍼웨이브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베이퍼웨이브의 어원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출시되기로 하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출시 되지 않아 없어져 버린 제품을 뜻하는 베이퍼웨어에서 파생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다른 이야기로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모든 단단한 것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게 된다'를 인용하여 작명했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장르는 굉장히 반자본주의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지는 않아도 상당히 자본적인 것에 냉소를 품고 있는 듯하다. 



대칭적이고, 윈도 로고가 있고, 대리석상이 있으면 된다.

....물론 한국인 아티스트는 아니다.

....예술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베이퍼웨이브' 장르가 대단한 것인가? 어원을 보기만 한다면 굉장히 심오하다. 언뜻 보면 굉장히 복고풍인데다가 심미적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처음에는 상당 부분 매료 되었다. 하지만 음악을 좀 들어본 사람이라면, 베이퍼웨이브 아티스트들이 만드는 음악을 들어보면 어디선가 다 들어본 노래다. 그렇다. 표절이 도둑질이라면, 이들의 음악 행위는 '우아하게 리듬 체조를 하며' 도둑질 하는 것에 불과했다. 유튜브 채널 FrankJavCee의 영상 'How to Make Vaporwave'에서 이를 꼬집어 풍자하고 있다. 이 장르를 그는 '80's elevator music and commercial music digitally slowed down with effects...'라고 재평가한다.  




AESTHETIC



 2016년인 지금까지 수많은 베이퍼웨이브 음악이 쏟아져나왔고, 이제는 그 가치는 초창기보다는 많이 하락했다. ( reddit 페이지는 활동이 계속되고 있지만... ) 초창기의 베이퍼웨이브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잘 이어나갔더라면, 음악의 새 지평을 펼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허나, 장르가 꼬집아 비판하려 했던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의 원리에 자기 발을 스스로 걸게 되어 버렸다. 태양을 향해 막 비상하려다가 추락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카루스 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