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인공지능,
...특이점이 오면 종교는 어떻게 되는가, 오긴 오는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라 졸린 몸을 경의선 열차에 우겨넣고 학교까지 실려갔다. 3월이 되었는데도 이렇게나 추운 날씨에 나는 몸서리를 쳤다. 사람으로 가득찬 열차 안에서 딱히 할 것이 없어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오늘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1국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알파고가 바둑을 '배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놀라웠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상당수준 진일보해가고 있음을 우리 세대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바둑 잘 두는 사람 |
4시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갈 즈음, 누군가가 속삭였다. "이세돌이 졌다..이세돌이 졌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니 당황스러웠다. 월요일에 들었던 과학사 수업의 L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사실 우리의 관심사는 승부가 아니라, 이 행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야한다.
나는 큰 의미를 안두고 미팅을 하러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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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진일보, 인류를 초월하는 기계 초지성의 출현.... 요즘 뜨는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다. 특이점이 오면 뭐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고 우리 몸은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형식이 될 것이고... 다양한 추측들이 오간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특이점은 오지만, 우리가 지금 예상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 특이점은 인류 탄생 이래로 항상 존재해왔다. 불의 발견, 산업혁명, 우주 시대, 컴퓨터 시대의 시작은 모두 일종의 '특이점'이 아니었는가? 하지만 이런 특이점들이 오기 전에 당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진보적인 미래상과는 다른 식으로 사회에 변혁이 왔다.
특이점이 어떻게 오는지는 우리가 확실히 모르는 것이다.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특이점이 온다한들 종교는 여전히 유지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보편적으로 생각되는 특이점 이후의 인류를 간단히 신인류라 하면, 신인류는 아마 초지성을 가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업데이트'가 되는 형식으로 수명을 연장하며 ( 나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고들 한다)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런 식이라면, 종교는 무색해지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영생을 주는 존재가 가시화 되고 영생이라는 것 자체가 실현화된다면, 종교는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종교를 다른 목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영생을 하기위해, 아니면 피안의 나은 삶을 위해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마음의 의지가 될 만한 곳을 찾기 위햏 종교를 믿는 사람도 많이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다면, 종교는 특이점이 수백번 온다고 해도 의존할 곳이 필요한 우리의 심리 상태가 보완 되지 않는 이상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파지는 문제가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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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맞딱뜨리지 않고서는 뭐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뉴턴 방정식만으로 풀리지 않는것이 이 세상의 이치니까. 특이점이 오던 쓰나미가 오던 곧 집에 치킨이 오던 그래서 종교가 없어지든 말든, 그냥 지금 내가 하고있는 일에 충실하자. 술 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술에 관한 글이나 써볼까.